열용량과 전도도
열용량과 전도도
우리는 차가움이나 따뜻함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열과 온도라는 개념을 쓰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목욕탕의 43℃ 정도 되는 열탕에서 5분만 잠겨 있어도 탕 밖으로 나올 때는 피부가 벌겋게 변해 있다. 그리고 60℃ 이상의 열기에 피부가 노출되면 1도 화상에 걸린다.
그런데 훨씬 높은 온도의 사우나실에서는 오래 앉아 있어도 화상을 입지 않는다. 습식 사우나실의 경우 보통 65~75℃이며, 건식 사우나실의 경우는 90℃ 이상을 유지하기도 한다. 또 같은 사우나실에서 나무로 된 발판은 뜨겁지 않지만 금속 손잡이나. 돌로 된 바닥은 매우 뜨겁다.
왜 그럴까? 이는 열을 전해주는 물질의 열전도율 차이와 열용량의 차이 때문이다. 열용량이란 어떤 물질의 온도를 1K(1℃)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으로 물체의 온도가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를 알려주는 값이다. 단위질량의 열용량은 각 물질 고유의 값으로 나타내는데, 이것을 그 물질의 비열이라고 한다. 같은 질량의 물체라도 열용량이 큰 물체는 온도가 잘 변하지 않는 반면 열용량이 작은 물체는 조금만 열을 가감해도 쉽게 온도 변화를 일으킨다.
물의 경우는 비열이 1(cal/g℃)이지만 얼음의 비열은 0.5이며, 알루미늄은 0.215, 구리는 0.0924에서 보듯이 물의 비열은 매우 큰 편이다. 공기는 0℃, 1atm, 1m3일 때 무게가 약 1.286kg이며, 비열은 0.31kcal/Nm3℃이므로 공기 1Nm3(0℃, 1atm)을 1℃ 올리는데 0.31kcal가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공기의 비열은 금속에 비하여 작지는 않지만 단위 부피로 보아서는 열용량이 매우 작은 편이며, 열전도율 또한 매우 작으므로 보온재로 사용할 수 있다. 오리털이나 모피 옷을 입으면 따뜻한 이유는 오리털이나 모피 자체가 따뜻한 것이 아니라 털 사이사이 공간에 들어 있는 공기층이 차가운 열을 잘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뜨거운 건식 사우나에서는 뜨거운 물 속에서보다도 화상을 잘 입지 않는다. 이것은 공기가 물보다 열용량이 작고 열전도율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온의 금속 손잡이는 우리 몸에 열을 잘 전해 주어 뜨겁지만 나무 발판은 열을 잘 전해 주지 않기 때문에 뜨거운 것을 쉽게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즉 겨울철, 같은 시간에 야외에 놓여 있는 금속의자는 나무의자보다도 훨씬 더 차갑다. 이는 저온의 금속의자가 열을 쉽게 전달하며, 우리 몸으로부터 열을 잘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땅, 공기, 물에서 비열의 크기는 땅이 가장 작고, 물이 가장 크다. 지구는 태양복사에너지를 넓게 받아 쉽게 달궈질 수 있지만, 비열이 가장 큰 물로 구성된 바다가 육지보다 4배 이상 넓게 차지하고 있어 쉽게 온도가 변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열전도율이 작은 공기가 열의 이동을 차단하므로 급격한 온도 변화가 생기지 않으며, 태양에너지를 받지 않는 밤에도 마찬가지로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구는 밤과 낮의 온도차가 크지 않게 된 것이고, 또 지구의 평균 기온을 유지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달은 표면온도가 낮에는 영상 125℃, 밤에는 영하 170℃로 극한을 오가는데, 이것은 지구와 달리 달에는 공기가 없고 땅의 비열도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온 효과가 없으며 태양을 받는 낮에는 금방 표면온도가 올라가며, 태양이 비치지 않으면 바로 온도가 내려간다.
바닷가에서 낮에는 해풍이, 밤에는 육풍이 부는 이유도 태양이 비치면 땅(육지)의 온도는 올라가지만 물(바다)의 온도는 변화가 작아서 땅에서 덥혀진 공기가 상승기류를 만들어 온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바람이 불게 되고, 밤이 되면 땅의 온도는 내려가고, 물의 온도는 변화가 작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며, 해양성 기후가 대륙성 기후보다 연교차가 작은 것도 물이 땅보다 비열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 인류는 이러한 비열과 열전도의 차이를 잘 이용해 생활함으로써 이산화탄소의 발생이 작은 녹색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성기홍(경남과학교육원 교육연구관)
2010-04-14
경남신문 생활속의 과학